오세훈-국힘 시의회 “TBS ‘교육방송 +알파’” 본격 길들이기
미디어오늘 조현호 정철운 기자 / 2022.06.08 05:05
서울시 “다양한 의견 듣고 있다…시장 허투루 공약 아냐” 일부 서울시의원 “TBS 뉴공 편향방송, 기능변화 필요” TBS 반발 “정치가 방송장악” 방통위 “원점에서 검토해야”
6·1 지방선거 결과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과 함께 시의회도 국민의힘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자 서울시가 TBS 기능 개편 검토에 본격 나섰다. 서울시의회 일부 의원도 적극 돕겠다고 밝혀 오세훈 발 방송길들이기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서울시의회 112석중 76석을 확보했다.
김종수 서울시 시민소통기획관실 시민소통담당관은 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오세훈 시장이 TBS 기능을 교통방송에서 교육방송으로 전환하겠다는 공언을 두고 “지금 여러 가지 미디어환경 속에서 필요한 말씀이며 시민들도 공감할 것”이라며 “향후 진행이 되겠죠”라고 밝혔다. 세부적인 추진계획 여부를 두고 김 담당관은 “의견을 다양하게 듣고 있다”고 답했고, 시기에 대해서는 “딱 정해서 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 말씀드릴 단계는 아니다. 순리적으로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달 12일 이후 여러차레 언론을 통해 TBS를 교육방송으로 기능개편하겠다고 밝혀왔다. 현행 ‘서울시 미디어재단 티비에스(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의 제3조 제1항의 1에 “방송을 통한 교통 및 생활정보 제공”이라고 ‘교통방송’의 기능을 규정하고 있어, 향후 기능 개편을 한다면 이 대목을 ‘교육방송’으로 바꾸는 조례 개정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다만 방통위에서 ‘교통방송과 지역방송을 비롯한 방송 전반’으로 허가한 사안이어서 쉽게 변경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이 같은 조례 개정과 방송사항변경 요청 등의 방법으로 개편하려는 것인지에 관해 김종수 담당관은 “선거기간 동안 말씀하신 내용이 있는데, 이에 플러스 알파를 해서 다양하게 의견을 듣고 있다”며 “어떤 기둥으로 갈지, (시의회에서) 다양한 논의가 있지 않겠느냐. 아직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교육방송으로의 기능 전환을 한다는 큰 틀은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김 담당관은 “시장님도 허투루 공약을 말씀하신건 없다고 했고, 계속 말씀을 하셨던 것이니, 다양한 의견을 듣고 진행하겠죠”라고 답했다.
TBS의 교육방송으로 전환 추진 배경을 두고 김 담당관은 “교통정보 기능 제공이라는 것이 미디어환경에서 약화된 것은 사실”이라며 “시민들에 유용한 정보 제공 차원에서 기능 전환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편향성 문제 탓에 방송의 기능 변경까지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에 김 담당관은 “뉴스공장의 편향성 논란은 기능 개편과 별개”라며 “많은 시민들과 방통위에서도 뉴공 편향성 지적은 있어왔지만 기능개편과 왜 이걸 결부시키느냐”고 밝혔다.
올해 예산삭감 계획여부와 폭을 두고 김 담당관은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며 “지금 말씀드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 일부 의원도 적극 돕겠다고 나섰다. 문성호 국민의힘 서울시의원 당선자(서대문구 제2선거구)는 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자신도 TBS 기능 개편을 선거공약으로 넣었다면서 “TBS가 프로그램상 교통방송 목적 잃었고, 논란이 될 사실을 공공연하게 발표하거나 허위사실 내지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게 많았다고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문 당선자는 오 시장의 TBS 교육방송 전환 발언에 “십분 공감했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공약했다”며 “꼭 김어준 방송의 문제점이 아니어도, EBS와 달리 미국의 히스토리나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과 같은 생활과학 교육방송 등으로 개편하는 것이 세금을 유용하게 쓰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 당선자는 “오 시장이 이를 추진한다면 적극 돕겠다”고 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편향성 문제가 있다고 해서 방송 기능까지 변경하겠다는 것은 입맛에 맞지 않는 방송 길들이기, 방송탄압이 아니냐는 TBS 내부와 언론계 반발을 두고 문성호 당선자는 “우리도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은 안 한다”며 “탄압이라고 볼 것은 없다. (기존에 하던대로) 방송을 하고 싶으면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시민의) 니즈에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이 원하는 방송으로 바꾸겠다는 것이 제작자율성 침해일 수 있지 않느냐는 질의에 문 당선자는 “아직은 많이 이르다”라며 “노조에서 말하는 것은 알고 있고, 요구사항이 있으면 협상하는 것도 의무다. 이를 토대로 의회에서 민주당 시의원들과도 논의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편,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가 지난 3일 방송에서 오 시장에게 그냥 자신을 퇴출시키라며 “그냥 저만 퇴출시키면 되지 억지스럽게 교육방송입니까”라고 반문했다.
조정훈 언론노조 TBS지부장은 앞서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방송 전환을 시사한 오 시장을 규탄하고 “정치가 방송을 장악하는 시대는 없어져야 한다”며 투쟁을 예고한 상황이다.
김어준 방송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강양구 TBS 기자는 지난 2일 “서울시민에게 서울시의 공적 재원에 의존하는 공장에서 특정 정치 세력에 지극히 편파적인 김 아무개의 프로그램을 계속 방송하는 일의 찬반을 물어보자”며 “정파 논리에 따른 힘겨루기가 아니라, 지금 시민에게 필요한 좋은 언론을 만들어가는 생산적인 방향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TBS의 교육방송 전환 자체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방송통신위원회 고위관계자는 “서울시미디어재단의 정관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로, 방통위에 방송사항변경허가를 받아야 한다. 교육방송으로 바꿔도 될지에 대한 심사는 방통위에서 한다”고 밝혔다. 방통위 고위관계자는 “TBS에 공공자산인 국민의 주파수를 할당해준 만큼, 방송의 기본적인 성격이 달라진다면 원점에서 (주파수 할당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등록사업자인 PP들이 방송 성격을 변경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조만간 서울시가 서울시미디어재단 TBS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감사결과 등을 바탕으로 서울시의회 다수를 차지한 국민의힘 시의원들이 TBS의 ‘전면적 변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TBS 관계자는 “아직 서울시에서 감사위원회도 열리지 않은 상황이어서 언제쯤 감사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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